▲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훈민정음 반포 오백예순여덟 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경축하고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선양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한글날은 지난해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한글날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26년 일제강점기 때라고 한다. 당시 조선어연구회가 한글이 반포된 지 480년이 되던 해 음력 9월29일을 ‘가갸날’이라 하고, 서울 식도원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가갸날’을 한글날로 개명한 해는 1928년이었고 1931년에는 그동안 음력으로 기념해오던 한글날을 양력으로 고치기로 하고 율리우스력으로 환산, 10월 29일을 한글날로 정했던 것이다. 한글날을 양력 10월 9일로 최초 확정한 것은 광복 직후인 1945년이다.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 서문에 적힌 ‘정통 11년 9월 상한’이 한글을 최초로 반포한 날이라 보고 9월 상순의 끝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로 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어 1946년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 거국적인 기념 행사를 했고 1970년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관공서의 공식 공휴일이 되었다. 하지만 1990년 너무 많은 휴일은 산업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으로 한동안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기도 했었다. 이로 인해 한동안 한글날은 단순한 기념일이었다. 하지만 한글 관련단체의 꾸준한 국경일 제정운동으로 2006년부터 다시 국경일로 지정됐고 이어 2012년 12월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은 한글날이지만 우리의 인식과 언어사용실태는 어떠한가?

인터넷, 휴대폰 등에서 외계인들이나 알아먹을 수 있는 줄임말이 난무하고 우리말 보다는 외래어 사용을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말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글의 위대함과 자부심, 고마움 이런 것들은 어디로 사라진지 오래 이고 한글날이 언제인지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공휴일로 했다가 폐지했다 다시 부활하고 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여져왔다. 이런 잘못이 없도록 하려면 우선, 사회 지도층이 솔선하여 우리말과 글 사랑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학교의 국어교육도 시험위주의 암기방식에서 탈피하여 잘못된 표현을 고쳐주는 문법 교육을 철저히 하여 성인이 되어 바르게 쓰도록 해야 한다.

직장교육에서도 직무교육 외에 문법에 관한 강의를 추가하여 일반사회에서 바른말 쓰는 운동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아직까지도 일제강점기의 잔재로 남아있는 토목•건축•산업•기술 분야 등의 일본식 표현을 바로 잡아야 한다. 법조계• 의료계 등의 전문용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어려운 행정용어는 외래어나 한자, 조어사용을 지양하고 국민 모두가 알기 쉽게 우리말로 바꾸어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말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외국대학에서도 한국어 학과가 개설되는 등 한글 배우기 열풍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하여 우리부터 바로 잡아가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 한글날이 기념식을 끝내고 즐거운 나들이나 하는 그냥 공휴일이 아니고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을 일깨우며 바르게 사용하는 소중한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