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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백상 편집국장 | ||
유권자의 선택이 이 같은 명암을 만들어 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4지방선거 결과다. 승자는 기쁨의 눈물을, 패자는 쓰라린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선거라는 링 위에 오른 선수 모두가 엇갈리는 희비를 뒤로한 채 지방선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는 미련을 둘 필요 없다.
뒤돌아본들 자신만 손해다. 버스는 이미 떠났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여름밤 꿈이라 생각하고 깨끗하게 잊자.
이번에 선출된 일꾼은 시장을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이제부터 냉정하게 현실을 따져볼 때다. 일단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당선자가 해야 할 일, 나머지 하나는 유권자가 해야 할 일이다.
당선자들의 하는 일이 다르니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종착점은 같다.
당선자들은 당장 긴장해야 한다. 당선인사니 뭐니 하며 웃음꽃 피우고 어깨에 힘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아가 조만간 있을 원구성에 벌써부터 욕심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더 겸손하게 민심을 읽어야 한다.
당선은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고지를 향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공약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설마 “내가 무슨 공약을 걸었지”하며 홍보물을 뒤적뒤적 찾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당선자들이 내건 공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저런 일을 ‘추진한다’는 공약이 상당하다.
또한 후보들의 공약사항 뒷부분에는 ‘앞장서겠다’ ‘총력을 기울이겠다’ ‘도모하겠다’ ‘유치하겠다’ ‘활성화시키겠다’ ‘노력하겠다’ ‘지원하겠다’ 등 다양한 문구가 적혀있다.
이를 잘 뜯어보면 ‘반드시나 꼭 책임지겠다’는 공약은 거의 없다. 책임지기는커녕 오로지 빠져나갈 궁리뿐이다.
누가 봐도 말장난에 불과한 말만 잔뜩 골라 인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 선수가 된 것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어이없는 공약, 이해할 수 없는 공약도 수두룩하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 제시도 없이 그냥 막연한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호소한 것은 옳지 않다. 반면에 동네 이장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도 있다.
이는 도의원이나 시의원이나 다를 바 없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본인들이 오랜 기간 심사숙고 끝에 완성한 공약이 몇 건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선거 대비 급조한 것이 많아 보이는 까닭에서다. 공약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권자들이 금방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한번 바꿔서 생각해보자. 유권자들은 자신들 지역의 후보자들의 자질, 됨됨이, 정치경력, 정책비전 그리고 선거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얼마나 알고 투표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치에 맞지 않는 공약이나 자격이 없는 후보가 당선된 안타까움에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여론이 팽배한바 있다.
그러나 선거결과를 보면 아마도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나 싶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지방선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이천에서 정당 공천 없이는 당선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점이다.
3차례의 지방선거를 경험한 결과다. 유권자인 시민들이 ‘묻지마’ 투표를 했다는 여론이 근거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꽂으면 된다’는 특정 정당의 기세는 이번선거를 통해 한 풀꺾인 모양새다. 전략공천 후유증으로 혼쭐이 났음은 주지의 사실 이어서다.
갈수록 요구되는 것은 유권자들의 자세 변화이다. 지역 일꾼을 뽑는데 인물이 아닌 당만 보고 선택한다면, 후보자들은 앞으로도 지역주민이 아닌 정당을 섬기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유권자가 깨어있어야 한다. 인물을 보고 선택할 줄 아는 풍토가 자리 잡힐 때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천 선거 역사상 ‘탈’이 가장 많았던 이번 6•4지방선거가 씁쓸함을 뒤로하고 다음 선거를 기약한 채 저물어가고 있다.
승패를 떠나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또 봉사하고자 나섰던 모든 후보들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한다.
아울러 4년 금방 간다는 말도 곁들이고자 한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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