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상환 이천저널 회장

흔히들 우리나라 역사를 반만년 역사라 일컫는다.

그러나 반만년 역사를 국민소득 차원에서 살펴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6.25 전쟁이 끝난 후 한창 복구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당시인 단기 4285~7년경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80불에 불과했다. 開國元年 원시공동체였을 당시의 국민소득을 1불로 친다면 무려 4000년이 넘도록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80불에 그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문화사적으로 풀이해 본다면 우리 민족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모두 한 이웃이 되어 대대로 농사지으며 둘레둘레 실타래 엮듯 살아오면서 할아버지의 삶이나 나의 삶이나 아니 자식, 손자 할 것 없이 모두 삶의 모습에 큰 변화 없이 가난의 굴레를 멍에처럼 지고 살아왔다는 의미가 된다.

전통이 강조되고 연장자의 축적된 경험이 더없이 소중한 삶의 척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서기 2017년, 단기4350년인 작년의 국민소득이 29,745불에 이른 것은 불과6~70년 사이에 이룬 가히 혁명적인 성과라 아니 할 수 없다.

先代의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백만장자가 탄생되거나 소멸되거나, 상상치 못할 신분상승이 이루어지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없이 휘둘리어지는 중심에 우리 인간의 삶의 틀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먹거리만 해도 그렇다. 웬만한 호텔 뷔페에 가보면 산해진미, 춘하추동의 음식이 빼곡히 잘 차려져 있다. 역대 어느 제왕인들 이 같은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렸겠는가? 아마 우리 민족(북한은 제외하고)이 5000년 역사 속에서 가장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엔 누구도 이론이 없을 줄 안다.

더욱이 ‘컴퓨터리제이션’에 힘입어 가상현실의 영역이 확대되고, 심지어는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자동적으로 뇌파를 ɑ파로 만들어주는 음향이 발사되어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도록 하는 소리와 향기와 색깔이 어루어지는 생활도구까지 개발되고 있고, 세계 구석구석을 동시 시간대로 엮어 주는 각종 수단이 개발되어 과거 先人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생활공간에 위치하게 되었다. 더할 수 없이 고맙고 좋은 현상이기는 하나 과연 이것을 人間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이란 사랑의 공동체요, 존엄한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우리의 소명은 하늘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샘솟는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때에 앞에서 말한 몇몇 사항들은 삶의 편의성을 증대하는 가지(枝)와 결과(末)에 속하는 것이지 근본(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우리의 선인들은 이를 경계하여 「물유본말(物有本末)하고 사유종시(事由終始)하니 지소선후(知所先後)가 즉근도의(則近道矣)」라 하였다. 즉 사물에는 근본과 말이 있고, 일에는 처음 할 것과 나중할 것이 있으니 근본과 처음을 바로 하는 것이 道에 가까이 가는 길이라고 갈파하였다.

기독교적인 해석을 살펴보자.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고 인용되는 복음서 중 하나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들에 핀 백합화를 보라. 길쌈을 하지 않고 곳간에 쌓지 않더라도 천부가 기르시거늘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그러므로’

언제고 중요한 말씀에는 ‘그러므로’가 달린다.

‘그러므로 너희는 먼저 하늘나라와 의를 구하라. 그러면 모든 것을 더할 것이다.’

여기서 모든 것은 무엇인가? 돈, 명예, 권세 등 세속적인 가치일 것이다. 우리는 후자에 매몰되어서 허덕이고 있으나 실상은 ‘하늘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샘솟는 사회’를 이 땅에 만드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라는 명백한 선언이다.

이 순서를 그릇처서 일생을 그르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위정자들을 보게 된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소임은 하늘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샘솟는 사회를 만들려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도당한 행인을 전심전력으로 구원해 마지않던 선한 사마리안의 행적이 우리의 좌표가 되어야 할 것임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있다. 이 또한 본과말의 개념규정과 실천과정이 어때야 할 것인가를 명백히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물성본위(物性本位)의 충격파에 휘둘려 너무도 소중한 근본을 놓치고 결과와 곁가지에만 매달려 왔다. 더군다나 바로 이것이 현재의 우리 사회가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갓난아이도 돌만 지나면 일어서려고 애를 쓴다. ‘호모 사피엔스’ 우러러 하늘을 받들어 ‘스피리추얼 리티’ 즉 영성(靈性)을 받고자 애쓰는 우리 피조물은 타고난 품성을 갈고닦으면 천사도 부러워할 정도의 높은 품격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굴러 떨어지게 된다면 악마도 외면할 정도로 타락한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니 현재의 우리 사회가 정녕 후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인간품성에 있어 ‘성(性)’은 정성껏 가다듬으면(誠) 마침내 ‘성(聖)’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성성(誠聖) 즉 성품 성(性), 정성 성(誠), 이룰 성(成), 성인 성(聖) 사성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묘하게도 한글 음으로는 모두 ‘성’이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곁가지(枝)와 결과(末)에 대한 연구와 발전을 도모하되 근본(本)은 항상 지켜 나가며, 인간의 품성이 향상되는 삶의 틀을 가꾸고, 신탁(神託)이 어떻게 부여되었는가를 상고하면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품격 있는 모습으로 향상되어지기를 기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