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상환    이천저널 회장

세종대왕의 한글이 더없이 탁월하고 훌륭하여 배우기 쉽고 쓰기 좋은 것은 익히 아는 바이나 근자에 이르러 표음문자의 한계가 있는 것을 애써 인지하지 않고 장점만을 강조하다 보니 의미가 없는 구호에 불과한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표의문자인 한자와 더불어 아울러 써야 어휘력의 정확성, 사고의 진폭의 확대, 다양한 개념의 도출이 쉽게 이해될 수 있겠으나 그 혼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쉽기 짝이 없다.

오늘 함께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고팔고도 단순한 물건의 사고파는 개념은 아니다. 불가에서 연원하여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되어 우리 사고의 뼈대를 이룬 것 중 하나가 四苦八苦다. 즉 인생은 네 가지 고통 四苦, 生老病死와 그 외 또 네 가지 고통을 더해 八苦가 있다. 일컬어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가 그것이다.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生苦. 낳기 어려워라. 살아서 곱게 늙어가기 어려워라. 병 걸려 고통스럽고 곱게 죽는 것 또한 어려우니 四苦라고 한다.

생을 득하는 것도 어렵기 짝이 없다. 잡아함경에 이른 것을 보면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람의 생명을 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면 바다에 사는 수백년 묵어서 눈이 먼 거북이가 100년에 한 번씩 깊은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와 큰 숨을 쉬고 사방을 휘둘러 본 후 다시 잠수하여 백년만에 다시 올라오게 된다. 때마침 수백년 묵은 고목이 쓰러져 하도 오래되어서 큰 구멍이 뚫어져 있다. 두둥실 기약 없이 바다 위를 표류하다 100년만에 큰 숨을 쉬러 올라온 눈먼 거북이가 물결 타고 흐르던 고목나무의 구멍에 머리가 낄 확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이나 얼마나 어려운 확률이겠는가. 거의 불가능한 확률로 태어나는 것이 인생이라고 갈파하고 또 가르치고 있다. 소중하고 귀하기 짝이 없는 생명이다. 이와 같이 귀하게 태어나는 것인 만큼 태어나기도 쉽지 않고 온전하게 육신을 고루 갖추고 심신이 균형 있게 다듬어져 태어난다는 것 또한 쉽질 않다. 이것이 생의 一苦이다.

두 번째는 老苦. 태어나면 그것으로 끝이겠는가. 살아가는 도정에서 늙어가는 과정에서 생계를 유지해야하고, 학업을 닦아야 하고, 이웃과의 충돌을 거치게 되고, 직업을 택하게 되고, 짝을 찾아 결혼을 해야 하고, 자기의 전문분야를 갈고 닦아서 삶의 한 축을 이루었다고 자족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겠는가. 이 또한 하나의 고통스러운 과정이 돼서 二苦, 두 번째 고통스러운 삶의 도정이 되었다.

세 번째는 病苦다. 다 아는 바이다. 모두 씩씩하고 강건하고 병고가 없었으면 좋으련만. 오만가지 병을 다 앓게 된다. 어쩌다 종합병원에 치료나 문병 차 들러 대기하며 중환자실의 풍경을 본다. 온갖 줄을 코에, 숨통에, 옆구리에 줄줄이 꽂고 고통스럽게 생을 붙잡고 있는 많은 환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담담하게 한 생을 살았으면 좋으련만 누구를 막론하고 한 세상 삶을 살아가는 도정에 감기를 비롯한 가벼운 질환부터 치유가 어려운 암 등 치유 곤란한 불치의 병에 이르기까지 그 고통은 오죽하며 가족들의 번뇌와 고통은 어떠하겠는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병마는 인간의 지혜나 대비를 앞서가는 듯하다. 이러니 병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이 생기게 되고 三苦가 된다.

네 번째는 死苦. 사고는 죽어가는 고통이다. 우리가 오복을 갖춘다고 한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앞의 네 가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왜 고종명이 오복에 들어갈까 젊어서는 몰랐었는데 늙어 노년에 이르고 보니 더없이 소중하다. 적어도 인생의 마지막을 심포니에 비유하면 알레그로, 모데라토, 안단테 등의 시절을 지나서 마지막 4악장 종장에서 아다지오로 장엄하게 마무리 지어가는 인생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떤 노정객은 “나는 낙조의 장엄함을 간직하고 싶다. 마지막을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처럼 장엄하게 온 천하를 물들이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그런 삶을 마감하고 싶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쉽겠는가. 병원에서 병사하거나 또는 느닷없이 객사를 하거나 또는 고통 속에 자지러들거나 원만하게 마무리 짓는 삶이 참으로 흔치않구나. 원컨대 가족들 둘러 모아 쇠잔한 음성이나마 ‘모여라. 나는 이러이러한 원리를 가지고 살아왔노라. 하늘의 소명을 이렇게 받아들여서 하늘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샘솟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을 했다. 능력이 부족하여 많은 것을 이루진 못했으나 성실과 근면으로 이웃에 폐를 안 끼치고자 노력했다. 이제 세월이 다하여 떠나고자 한다. 내 후손들은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살아주기를 부탁한다. 세상에 많은 혜택을 지고 가서 민망하구나. 덕을 쌓는 사람들이 되도록 하라’ 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장중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 어디 쉬운 노릇인가. 生老病死. 四苦라고 했다.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다섯 번째는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사람들은 만나서 즐겁고 헤어지질 말고 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의 연속이 이루어졌으면 좋으련만 거의 반드시 떨어지게 된다. 좋은 면의 학업을 위해 떨어질 수도 있고, 출장을 위해 떨어질 수도 있고 또 직업을 달리하여 떨어져있을 수도 있고 또 갈등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이지만 떨어져있게 되고 부모간의 이별, 애인간의 이별, 자식과의 이별, 또 그중에는 유명을 달리하여 생사를 달리하는 이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別離의 아픔을 겪게 된다. 五苦에 해당한다.

여섯 번째는 원증회고(怨憎會苦). 성격이 안 맞는다거나 또는 사고방식이 다르다거나 또는 이해관계가 상충이 되서 또는 국가 간의 적대관계로 해서 미운 놈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이것을 피해버리고 안 만났으면 좋으련만 묘하게 반드시 만나게 된다. 작은 것일망정 후배 하나의 하소연도 들어봤다. 상사가 도저히 뜻이 안 맞고 자길 알아주질 않아 견딜 수 없어 갖은 수단을 다 해 부서를 옮겼더니 공교롭게도 자기와 뜻이 안 맞아 고통을 받고 주고 했던 그 사람이 자기의 상사로 다시 오게 돼서 할 수 없이 직장을 그만 두었노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하여 원증회고, 미운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가르침을 염두 해 두고 결별을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이 칼로 끊듯 모질게 각을 세우질 말고 여유를 두면서 그럴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결별을 도모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가르치고 있다.

일곱 번째는 구부득고(求不得苦). 죽기 한정하고 노력한다는 표현이 있다. 장하고 학교 시험도 그렇고 직장 시험도 그렇고 또는 사업의 성패에서도 그렇다. 죽어라 노력하고 정성을 다하면 안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것을 盡人事待天命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노력을 다 한다고 하여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죽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타이밍이 안 맞거나 내용이 부족했거나 하여 결과가 빗나가고 뜻대로 안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고통이 오죽하랴. 이런 경우에 목표달성이 안됨에 비관하여 자살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으나 이것은 그렇지 않다. 求不得苦.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인생사가 그런 면에서 七苦에 해당하는 고통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된다면 더욱 좋고, 안 된다면 그 범주 내에서 삶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야할 인간으로서의 발자취고 도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덟 번째는 오온성고(五蘊盛苦). 색수상행식(色受相行識) 쉽게 얘기하여 몸과 마음이 건전하고 활동성이 강하고 노력이 강하고 정력이 왕성할 때는 바라는 것도 많고 기대하는 것도 많고 도모하는 것도 많게 된다.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많은 것을 듣게 되고 많은 것을 접하게 되면 거기에 따르는 고통도 수반하게 된다. 모든 것이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왕성하기 때문에 달성이 안 되는 고통을 겪게 된다. 五蘊盛苦다. 八苦에 해당한다.

인생은 四苦八苦  기본적으로 네 가지 고통 생로병사에서 헤매게 되고 또 살아가는 도정에서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 八苦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오래전에 불가에서 갈파했고 우리가 살아오는 도정에서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제한된 것이 인생이요, 그래서 苦海라고 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을 다듬고 보듬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금강경에서는 큰 소리로 외쳤다. 팔만장경 중에서 경전 중의 경전이요, 가르침 중의 가르침으로 다이아몬드처럼 귀하다고 하여 金剛經이라고 했으렷다. 기록에 보면 부처께서 백색광명을 뿜을 때에, 몸에서 흰 빛의 광채를 뿜었다고 하니 아마도 가장 절륜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씀한 것이 아니었을까. 오십지경에서 21년간을 이것을 중심으로 강론을 했다는 기록을 본 바가 있다.

금강경을 설했다. 그 결론에 뭐라고 했던가. 일체유위법 여몽환 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하라. 삼라만상의 법체가 문득 살펴보니 如夢幻泡影 구름과 같고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그림자 같고, 如露亦如電 반짝하는 아침이슬 또 번쩍하는 전기와 같으니 찰나에 이렇게 흩어지게 되는 것이니, 應作如是觀하라 그러려니 하고 삶을 갖추어 가거라. 너무 클로즈업하여 매몰하게 되면 거기에 일희일비하게 되니 한 발짝 떨어져서 그러려니 하고 삶을 관조 속에서 끌어나가도록 하라는 가르침이 있었다. 우리가 영화를 보더라도 너무 가까이 밀착 되서 보면 화면이 커서 보이질 않는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관조를 하게 되면 전체를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 자체도 너무 깊이 들어가서 매몰되어 보고 듣게 되면 파악이 안 된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관조를 하고 전체 인생을 통으로 보고 큰 생각을 하고, 利己가 아닌 利他로 나의 삶보다도 전체 삶을 위해서 희생과 봉사를 하면 그 사람은 점점 그 선한 싹이 크게 되니 큰 사람으로 뜻을 쌓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각자의 꼴을 가꾸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가르치고 갈파하고 있다.

말은 쉬우나 그것이 어디 쉬운 경지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유념하여 한 구텅이에 빠지게 될 때 문득 생각을 한 번 應作如是觀하는 경지로 생각하고 살피면 여유로움과 허허로움이 생길 수가 있게 되어 우리 함께 모두 넉넉하고 삶을 관조하면서 지극정성을 다하는 문화인이 되어 지기를 기원해본다.

특히 이런 심성 속에서 김구 선생이 마지막까지 외쳐마지 않았던 구절은 우리나라의 발전 지표로 끌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외국을 침략할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원치 않는다. 남의 나라의 침공으로 인해 더없는 시달림을 받은 우리였기에 무력은 외세침입을 막을 정도면 족하고, 나는 엄청난 재부가 있어서 화려함의 극치를 누릴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한정된 재화로서 우리가 많이 가지면 어딘가는 부족하여 고통을 받는 중생이 있을 터이니 우리의 의식이 족할 정도면 족하고, 내가 바라는 끝없는 욕구는 문화다. 높은 도덕과 품격으로 만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과 신뢰를 받는 인격체로서 대한민국이 우뚝 서기를 희구해마지 않는다. 길가에서 물건을 흘리더라도 누가 주워가질 않고 대한인은 존경과 신뢰와 사랑을 받는 우뚝 서는 사람, 그런 것을 끝없이 추구하여 각자가 성인이 될 수 있는 경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문화국가가 되기를 희구하노라.”

이것이 쉽겠냐만은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을 할 때 일본인들이 지향해 마지않는 정직과 타인에 대한 배려,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일본인들이 보여줬던 태도는 우리도 본받고 갈고닦아 다듬어 나가야 할 가치기준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정작 우리의 경우 살벌하기 짝이 없는 비틀린 나라의 모습으로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선인들이 외쳐마지않았던 四苦八苦로 우리를 다지며 문화국가로 우리나라를 거듭나게 하며 세계에 우뚝한 대한인의 모습을 갖추어나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 드려 본다.

금번 선거과정을 통하여 역경을 뚫고 당선한 사람에게는 축하와 격려를 보내고 실패한 분에게는 모두가 이천의 지도자인 만큼 위로와 재기의 뜻을 다지며 이천을 위하여 큰 역할 하시기를 빈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