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상 편집국장

이천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반년이 되도록 안정을 찾지 못하는 정치권이나 중부내력철도 역사 문제로 촉발된 ‘민심 대폭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한 모습이다.

더구나 지역사회는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조합장선거로 서서히 ‘선거판 분위기’를 타고 있어 지방선거에 이어 내리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후보들의 부쩍 잦아진 발걸음도 조만간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벌써부터 웬 뜬금없는 소리냐’ 하겠지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기들이다.

내년 3월이면 이천의 농촌정가를 뒤흔들어 놓을 ‘제1회 동시조합장선거’가 있고, 그 이듬해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석달여 앞으로 다가온 조합장선거는 물론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는 앞으로 남은 1년여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 떨어진 굵직한 현안문제와 각종 선거가 예고돼 있는데 이천의 정치권은 아슬아슬하게 돌아가고만 있다.

이 같이 뒤숭숭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건 A기초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조사에서 참고인 신분이었던 기획사 대표 B씨의 음독자살 기도 사건이다.

B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셔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 1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유승우 의원 부인 최모씨에 대한 결심공판 결과를 놓고서도 SNS(밴드)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검찰이 최씨에게 징역2년을 구형한 것과 관련, 한 시민이 ‘지도자의 자세’를 언급하며 유 의원의 행태를 비꼬는 글을 올리자 이에 호응하는 측과 유 의원을 옹호하는 측의 댓글이 서로 맞붙은 것이다.

양측의 설전은 차츰 격앙되기 시작해 자칫 인신공격전으로 이어질뻔 했으나,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수준에서 일단락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이천시민 1천명이 ‘장호원역 사수’를 위한 한국철도시설공단 앞 대규모 원정 집회를 벌였다.

장호원철도비대위는 이날 “두 지역 간의 상호 발전을 위해 장호원과 감곡 경계에 역사를 설치하자는 것”이라며 “이것이 최근 발표된 실시설계(안)이며, 철도공단은 이 안대로 노선을 확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말에 ‘머리가 나쁘면 손과 발이 고생한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머리는 정치지도자요, 손과 발은 시민이라 하겠다. 정치인들의 역량에 따라 시민들이 고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표현이다.

그래서 말인데, 철도 역사 설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지역 정치인이 멋진 정치력을 발휘해 시민들이 추운날씨에 길거리로 몰려나가 집회를 벌이는 일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이야 말로 이천지역 정치인들의 눈부신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시민들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시민들에게 편안함은 고사하고 되려 ‘걱정꺼리’를 안겨주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으로 여겨진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인들은 미안한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시민의 손과 발이 되겠다’고 호소해 어렵게 선택된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어서야 쓰겠는가 싶다.

게다가 네편 내편 따질 때도 아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장호원주민들처럼 ‘미래 이천’을 위한 역사 사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걸기 바란다.

위태로운 이천에서 벗어나려면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머리’부터가 좋아져야 한다.

결국 정치인들의 몫이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