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원주 다섯 살 아들의 엄마 YMCA아가야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준비위원

"엄마, 나 <개똥이네 놀이터> 집으로 배달시켜주라."
"응? 아가야에서 보는 잡지 말하는 거야?"
"맞아, 아가야에서 보는 <개똥이네 놀이터> 집에서 보고 싶어."
"개똥이네 놀이터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시우가 한글을 좀 더 잘 읽을 수 있을 때, 한 일곱 살쯤 되면 정기구독 신청해주려 했는데……. 잡지가 작은 글씨도 많고, 형아 누나들 보는 것 같은데?"
"아니야, 엄마, 내가 지금부터 보면 더 좋아."
"뭐가 좋은데?"
"아가야에서는 여럿이 같이 보잖아. 내가 보고 싶어도 잘 못 넘겨. 그러니까 집에서 늘 옆에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자주 보면 더 좋아." 라고 합니다.

한글을 읽기 반, 꾸며내 말하기 반인 아들의 독해력을 알지만 간곡한 설득에 못 이겨 정기구독을 신청해줬습니다. 신청했다는 말을 듣고는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볼 때마다 "왔어? 내일 와? 언제 온대?" 하고 묻기를 일주일. 드디어 <개똥이네 놀이터>가 도착했습니다.

우편물 수취인에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자기 이름을 본 아이는 날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러곤 반짝이는 눈으로 책을 뒤적입니다. 그러더니 금세 실망한 표정으로 "엄마, 왜 미로 찾기가 없지?" 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매달 꼭, 반드시, 어김없이 미로 찾기가 있는데, 이번 호에만, 자기 것에만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리가 매달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나보다. 매번 똑같으면 재미없잖아. 여기 만화도 있고 좋네. 읽어줄까?" 라고 하자, 이미 아들은 책 주변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눈길도 주지 않고 이야기 합니다. "아니, 나중에 볼게, 엄마 보고 싶으면 먼저 봐." "그 그래……."

간곡한 설득과 뒤를 이은 간절한 기다림, 또 불과 몇 분전의 환희는 오간데 없었습니다. 유추컨대, 매달 미로 찾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늘 미로 찾기를 즐겨 봤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개똥이네 놀이터=재미있는 미로 찾기가 있는 책' 이라는 나름의 확고한 등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미로 찾기에 대한 실망감으로 모른 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읽어 달라, 오려붙이자' 채근할 것을 알기에 생각 할수록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그리고 아들 덕에 전 뜻밖에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어른과 부모들을 위한 월간지인 <개똥이네 집>을 보내줍니다.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이 짜임새 있게 잘 엮여 있었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효율적인 교육방법보다는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우리 어른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았습니다. 쉬운 말로 쓴 짧은 글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공부하고 성찰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양하게 읽고 나눔을 통해 마음의 크기를, 생각의 깊이를 키워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 책 한 권을 통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듯이 말입니다.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을 함께 준비 중인 엄마들이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소모임을 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키가 자라고, 계절마다 두터워지는 손발을 자랑하는 아들. 그런 아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오늘, 이 계절 얼마나 성장했을까.

* 『개똥이네 놀이터』는 보리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어린이 월간지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과도한 학습노동과 경쟁, 미디어에 노출되어 아이다움을 잃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다양한 놀이와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매달 애독자들에게 전해진답니다.
* 보리출판사는 생명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출판으로 실천하는 곳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보다 가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며, 잘 팔리는 책을 경쟁적으로 만들기보다 꼭 필요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 만들지 않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입니다. 그렇게 얻는 수익은 또 자연과 사람 모두를 위하는 책을 만드는 일에 쓰입니다.
* 보리 출판사와 글쓴이 사이에는 어떠한 계약 관계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