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눈을 감은 채 아이가 날 찾는다. 아이의 ‘엄마’라는 속삭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의 순간이다.

십여 분간의 소곤거림의 교감을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킨다. 아이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다. 양말 두 짝을 신고, 바지는 엉덩이 아래까지 집어넣는 데만 한참이 걸린다. 너무 느긋하고, 한심스러울 만큼 게으른 아침 풍경이다.

요즘 아이는 느리지만 혼자 양말 신고 옷 입는 법을 연습 중이다. 물론 능숙해질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아침시간의 게으름과 여유가 가능한 것은 남달리 너그러운 인품의 엄마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다른 불편함 하나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자 가능해진 것들이다.

지금 우리 아이의 보육을 담당하는 곳에서는 등·하원을 위한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불편함이 그것이다. 때문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두 번, 등·하원을 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익숙한 일상이 됐지만, 처음에는 불편하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의 반응은 “왜 그리 불편한 곳을 보내십니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3년째가 되고나니 역설적이게도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불편함이 가져다준 이로움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되었다.

집 앞에 차가 기다리고 있을까 불안해하며 아이를 재촉하지 않아도 되니 아침부터 잔소리하고 언성을 높일 이유가 없었다. 또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안전에 대해 마음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 1인이 여러 아이의 승하차를 도와야 함은 교사에게도 고된 일일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도로 위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 약속된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니, 매스컴에 보도되는 어린이보호차량의 안전사고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이로움 외에도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것에는 더 많은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부모가 등·하원을 직접 시키니 어린이집에 매일 하루 두 번씩은 꼭 들르게 마련이다. 자연스레 선생님과 내 아이의 친구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 저녁시간 데리러 간 나에게 아이는 “엄마, 나 이거 만들고 놀았어”하며 친구와 만들던 작품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당 한켠 모래밭에 만들어 놓은 소꿉놀이 흔적을 가리키며 친구들과의 놀이를 생생하게 이야기 해주는 아이의 재잘거림은 집에 가는 내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이는 어린이집의 개방성과도 연계되는 지점이다. 어린이집의 문이 언제나 활짝 열려 있고 이를 공개함에 있어 조금의 껄끄러움이 없으니 가능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와 선생님과의 신뢰도 더 돈독해지고,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의 일상적인 소통을 보며 신뢰에 대해 배우게 된다. 자연스레 아이의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여전히 불편함은 남는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하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달리 보면, 아이에겐 또 다른 일탈이고 재미가 아닐까?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 공터 구석에 핀 들꽃 하나하나 구경하며 가로수 단풍을 줍기도 하고, 잠자리를 쫓으며 딴청도 피운다. 비가 오면 근처 공원 물웅덩이에 첨벙거리기도 하고 아침 산책 기분을 내며 어린이 집으로 향하기도 한다.

아침, 저녁으로 긴 시간 이동을 하며 피곤한 몸으로 하루를 여닫는 아이와 출입문을 여닫는 선생님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선생님은 아이를 언제나 반가이 맞아주시고, 배웅해줄 뿐이다. 차량운행에 소모될 에너지를 아이들의 교육에 쏟을 수 있다. 부모의 기분 좋은 수고로움이 가져다준 행복은 더 없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