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맡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천 출신 예술인들의 모습은 이미 ‘달인의 경지’에 다다랐다. 그중 이천시 백사면에서 자란 배우 윤주상 씨도 마찬가지다. 연극에서부터 영화, 드라마까지 섭렵한 그는 스스로를 ‘연극광’이라 지칭할 정도로 연극에 푹 빠져있다. 연극이 좋아 연극에 몸 던졌으며, 연극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윤주상 씨를 만났다. |
‘무대 위 조각가’ 윤주상을 만나다
- 배우 윤주상은.
“연극은 일종의 신앙입니다. 관객과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은 승려가 기도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뼛속까지 배우’인 윤주상 씨는 자신에게 있어 연극은 ‘신앙’이라고 전한다. 아무 것도 없는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기까지는 무대제작에서부터 기획제작까지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는 상당 기간을 인내하고 노력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윤 씨는 ‘연극배우는 무대 위의 조각가’라고 전한다. 살아있는 공간에 살아있는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배우는 그 형태만 다를 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은 조각가와 같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그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연극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출자와의 소통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만, 연극은 관객들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드는 것으로 매번 다른 공연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윤주상의 어린시절.
윤주상 씨는 희곡의 매력을 깨달았던 이후로 한 번도 희곡에서 눈을 떼 본 적이 없다.
그는 희곡은 다른 문학 장르와는 달리 등장인물 각각의 심리를 모두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 삶, 나아가서 주제까지 모두 내포하고 있어 그 복합적인 매력에 폭 빠졌다고 전한다. 당시 희곡을 처음 접했던 윤 씨는 ‘희곡이야말로 문학의 정수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때문에 윤 씨는 교통수단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희곡을, 더 나아가서는 연극을 더 알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버스가 오르막길에 오를 때면 뒤에서 버스를 밀기도 하며 약 세 시간 반에 걸쳐서 서울을 오갔다.
그가 악착같이 서울을 찾으려 했던 것은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였다. 문화에 대한 모임을 찾기 어려운 이천에 비해서 서울은 수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 하고, 연극을 알아가면서 꿈을 키워나갔다.
- 윤주상에게 이천은.
“양평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뼈가 자라고 여문 곳은 이천이기 때문에 이천이 제 고향이나 마찬가지죠.”
윤 씨는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미래를 꿈꾸게 해준 이천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이천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 낮이든 밤이든 이천을 수시로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이천에서 방문한 곳은 잊지 않고 꿰뚫고 있다.
특히, 그의 이천사랑은 인터넷 아이디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두 개의 아이디에는 ‘이천’과 ‘백사’를 숫자로도 적을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각각 숫자 2000(이천시)과 104(백사면)가 사용되고 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그는 이어서 뭐니뭐니 해도 자신이 살았던 동네 경사리가 ‘제일 좋은 동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경사’리라는 이름 덕에 매일 매일 경사가 나서 자신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 윤주상의 하루는.
매일 경사가 가득하다는 윤 씨는 요즘 영화 <회초리>의 촬영을 마친 후 모든 촬영을 중단하고 두 달간의 휴식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휴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수도 없이 많은 책을 읽으면서 배우로서의 간접적인 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자신을 대입하며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질문한다. 심지어 과거 한 교수는 그를 ‘대한민국에서 책을 제일 많이 보는 배우’라고 칭했을 정도라고.
실제로 이번에 윤 씨가 휴식기를 가진 것도 두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다시 보는, 자신을 치료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20편이 넘는 미니시리즈에 참여하면서 책을 읽는 것에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책을 읽지 않으면 늙은이와 같으며,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책을 읽으면 젊은이와 같습니다. 예술가는 그중 후자에 속해야 합니다.”
- 윤주상의 꿈은.
“이천에 가변적인 소극장을 만들어 제가 하고 싶은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씨는 지금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정진하고 있다. 훗날에 다각적인 측면으로 변화가 가능한 가변적인 소극장을 만들어 자신이 하고 싶은 공연을 마음껏 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극단 ‘코러스’의 창단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고전작품을 다루면서 그것이 결코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아가 향기 짙은 작품으로 연극성을 발전시켜나가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담은 ‘코러스’는 ‘화합’이라는 뜻과 함께 러시아의 실력 있는 연극인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의 ‘코리아+러시아’도 내포하고 있다.
“이천은 기회가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 쌀, 도자기 등 많은 특산물이 있지만 문화축제가 없습니다. 마당축제 등이 만들어지면 축제패키지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이천에 소극장을 만들 수 있다면 이천의 문화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 아닐까요.(웃음)”
윤 씨의 꿈을 향한 첫 단추는 꿰어진 셈이다. 언젠가 이천에 조그마한 소극장을 만들어 자신의 무대를 꾸려 나갈 그를 기다려본다.
이천저널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