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매몰지 둘러보지만 조치 없어

이천시 매몰지 주변 지하수가 가축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지적된 장소에 찾아간 공무원들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전시행정’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천·여주 환경운동연합과 해당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월면 대대리와 도리리 등 2곳의 가축 매몰지 주변 농가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를 채취해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해당 지하수는 식수로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청과 경기도, 이천시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2시경 두 마을의 매몰지 주변 일대를 찾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들이 그냥 둘러보고 가기만 했을 뿐 제대도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전 연락 없이 찾아와서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무작정 매몰지를 둘러봤을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질문만 던지고는 가버렸다는 것이다.

또 문제가 되는 지하수의 시료도 뜨지도 않았으며,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도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도리리 주민 이 씨(65)는 “두 달쯤 전부터 생수를 사서 먹고 있다. 지하수는 설거지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지하수에 대해서 어떻게 해주겠다는 말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물을 사다 먹어야 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대대리 주민 김 씨(68)도 “공무원들이 마당에 주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매몰지를 둘러봤다”고 밝힌 뒤, “돼지 키우던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김미야 이천·여주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대대리와 도리리의 지하수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온 이상 검사를 더 확실하게 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냥 둘러보고 갈 것이었으면 뭐 하러 조사를 나온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과거 인근 하천까지 6개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해본 결과 염소이온과 암모니아성 질소는 검출되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만큼,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검사를 다시 진행해서 확실한 원인을 분석해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대 보건대학원 분석 결과 대대리 지하수에서는 암모니아성 질소 0.2㎎/L, 질산성 질소 12.49㎎/L, 염소이온 14.75㎎/L가 검출됐으며, 도리리 지하수에서는 암모니아성 질소 0.3㎎/L, 질산성 질소 57.22㎎/L, 염소이온 33.63㎎/L가 나왔다.

이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