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원회 사무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전 포항제철 고문이었던 여상환 회장과의 만남. 여상환 회장은 이천 출신으로, 이천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모든 일을 마다하고 이원회와의 만남에 응했다고 전했다.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된 여 회장의 강연은 이천시의 원로들에 대한 당부의 말씀이 담겨 있었다.

여 회장은 "고향의 선후배들이 모인 자리에 별 것도 아닌 제 얘기를 듣겠노라고 불러주셔서 큰 영광"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가장 먼저 “내일은 mystery, 과거는 history, 현재는 present”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현재를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여 회장은 우선 정몽주의 충심을 들었다. 고려가 쇠퇴하던 시절, 왕에 대한 충심을 담은 하여가와 단심가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정몽주가 없었다면 고려의 역사는 비참했을 거라며, 정몽주가 있기에 고려의 역사가 장한, 아름다운 역사가 됐다고 했다.

또 같은 맥락으로 조선시대 사육신 중 한 명이었던 성삼문과 대한제국 시절 몸 바쳐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안중근 의사, 그리고 성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 조수미를 예로 들었다. 그런 그들을 본받아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라는 것이 여 회장의 당부였다.

다음으로 여 회장은 원로들의 지도력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과거 이천시는 특수부대에 반대하기 위해 돼지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특수부대 이전에 대한 항거의 뜻으로 살아있는 돼지의 목을 베어 피범벅을 만들었던 것이다. 여 회장은 이것이 돼지의 생명권까지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지도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을 하면서 여 회장은 혜통국사의 일화를 들었다. 혜통국사가 출가하기 전, 냇가에서 수달을 잡아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수달의 뼈와 머리는 냇가에 그대로 뒀는데, 다음 날 보니 그것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핏방울만 남아있었다. 호기심에 핏방울을 따라간 그는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핏방울이 멈춘 곳은 한 동굴 입구. 동굴 입구 안에는 자신이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달의 뼈와 머리가 새끼들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마친 여 회장은 꼭 항거의 수단으로 생명의 피를 보는 일을 했어야 했냐며 앞으로 그런 일이 있다면 원로들이 따끔하게 지적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는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으로 삶을 살아가라 일렀다. 요즘 사람들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자신이 조연일지라도 그 속에서 열심히만 한다면 반드시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이 여 회장의 말이었다. 강연을 마치기 전, 여 회장은 마지막으로 사회의 공론이 일어나고 원로들이 대접 받으며 후배들을 육성한다면, 이천은 품격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며 거듭 언급했다.

"이천이 반듯한 모습으로 전국 제일의 존경 받을 만한 품격 있는 도시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끝으로 여 회장이 강연을 마치자,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연 속에는 여 회장의 이천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강연을 듣고 있는 이원회 회원들 역시 가슴 속으로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여 회장의 말대로 현재를 선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원로들이 일어서는 사회가 된다면, 이천시의 발전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한송이 기자(uh0703@naver.com)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