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읍 선읍리에 살고 있는 김장수씨의 가족들은 몇 년 전부터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관정 때문이다. 지하에 있는 물을 끌어올려 농사 등 물이 많이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서 만드는 관정이 물을 부족하게 하는 원인이 된 것에는 사정이 있다.

김 씨가 처음 이 곳에 이사를 온 것은 3년 전. 당시 그의 집 앞에는 관정을 만들 준비가 한창이었다. 처음 그가 그 광경을 봤을 때는 물이 안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도를 파주겠다고 했던 사람들의 말을 믿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수도를 파주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김 씨의 가족은 하루하루 물이 부족해서 살 수가 없는 지경이 됐다. 그로 인해 김 씨의 가족은 지금 때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공식적인 관정의 주인은 이천시장이지만, 관정의 전기세를 부담하는 등 관정을 관리하는 실 주인은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A 씨. 관정이 완성되고 집에 물이 나오지 않자, 김 씨는 A 씨를 찾아갔다. 그러자 A 씨는 김 씨에게 관정에 호스를 연결하도록 해줬고, 이로써 사태는 해결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쟁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김 씨의 가족이 집에 돌아와 관정을 사용할 때면, 임 씨는 관정의 물을 끄는 것이다. 씻다가, 밥을 짓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물이 갑자기 안 나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때문에 김 씨 가족은 저녁마다 큰 대야에 물을 받아놓는 것이 하나의 일과가 됐다. 그것으로 아껴 가면서 밥을 지어먹고 샤워를 한다. 이 생활이 너무도 불편해 A 씨를 찾아가 관정에 들어가는 전기세를 공동부담 할 테니, 관정을 끄지 말아달라고 여러 번 부탁도 해봤다. 하지만 A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달 전, 참다못한 김 씨는 읍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읍사무소에서는 관정을 한 번 둘러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김 씨는 관정을 폐쇄하거나 샘을 만들어 물이 나오도록 해주겠다는 읍사무소의 약속을 믿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읍사무소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하다.

답답한 마음에 김 씨는 읍사무소에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고자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A 씨와 혈연관계이기 때문에 쉽사리 누구 하나 도움을 주고자 나서지 않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씨만 미칠 노릇이다. 민원을 넣어도 해결되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돕는 것을 꺼린다.

김 씨는 오늘도 물이 부족한 집에서 한숨만 내쉰다.

한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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