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정치논리 탓… “의장선출 의지 없어”
시민들 “민의 저버린 행태, 비난받아 마땅”

“(의장 선출에 대한) 얘기 자체가 없습니다.”

‘의장 공백사태’ 100여일 째를 맞고 있는 이천시의회가 사실상 의장선출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16일 이천시의회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8월 L의장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이천시의회 의장 자리가 100여일 째 ‘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 중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회 의장이나 부의장이 궐위된 경우 보궐선거를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시의원들은 의장을 선출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의장선출 등의 일정을 잡는 시의회 운영위원회서도 그동안 알맹이 없는 논의만 벌였을 뿐 아직까지 의장 선출에 대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른바 ‘반쪽의회’를 우려해 시의원 들 간 조율을 거쳐 선출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도 헛구호일 뿐 현재로선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시의회는 민주당 4석, 자유한국당, 3석, 국민의당 1석으로 구성돼 있으나 의장선출 관련 일정을 결정하는 의회 운영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의장선거를 치러봤자 다수당인 민주당 쪽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한국당 차원에선 굳이 의장을 선출할 이유가 없다는 게 지역정가의 설명이다.

민주당도 다수당으로서의 밥값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뒤에서만 말만 많았지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는 게 시의회 안팎의 여론이다.

결국 임기 내내 갈등과 반목으로 비난을 자초했던 이천시의회가 정치적 논리에 함몰돼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꼴이 됐다.

시민 김모(53)씨는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치적 논리는 득 될게 하나도 없는 불필요한 논쟁과 상처를 남길 뿐”이라며 “도대체 이천시의회는 언제쯤 성숙한 의회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역사상 초유의 ‘의장 공백사태’를 맞고 있는 이천시의회의 임기 중 의장 선출은 의원들이 욕심을 내려놓지 않은 한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