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 얻어 농사지은 950kg 햅쌀 ‘기탁’
참시민 행복나눔운동 취지 좋아 ‘동참’

마음씨 따뜻한 이장(里長)이 있다.
자신의 삶도 넉넉하지 않은데 자신 보다 못한 누군가를 위해 ‘착한기부’를 해서다.
농사짓는 황우철 이장<48·대월면 대흥1리>이다.
황 이장은 지난 31일 자신의 논(600평)에서 수확한 950kg 햅쌀을 "좋은 일에 써 달라”며 바르게살기운동 대월면위원회에 기탁했다.
4kg포장지 쌀 240포대에 해당되는 규모다.
 

황우철 이장은 햅쌀이 본격 출하되는 요즘, 수확의 기쁨 보다는 선행의 기쁨을 택했다. 웃어라이천, 참시민행복나눔운동을 보고나서다.

“저의 작은 도움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모두 함께 행복을 나누는 대월면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마을일을 보면서도 혼자서 논농사 약 170마지기를 짓는 황 이장은 농사철에는 하루 서너 시간 밖에 못 잘 정도로 강행군을 펼친다.

이런 그에게 주변 지인들은 “이젠 즐기면서 살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묻지만 그건 속사정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그가 그렇게 열심히 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외형상은 대농이지만 이른바 ‘도지’를 얻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수익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 부진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쌀값은 그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그런 탓에 논 상태가 안 좋아 남들이 농사짓기 꺼려하는 땅도 그는 마다하지 않고 농자천하지대본인 ‘쌀의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밤낮없이 피땀 흘려 일한 대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흔쾌히 기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의 선행은 세상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값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천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웃어라 이천, 참시민 행복나눔운동을 보면서 저도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취지가 너무 좋았거든요.”

황 이장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 조만간 있을 민속명절 한가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과 우리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소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황 이장,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 뒤엔 남모를 뿌듯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