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재호 안전지도 팀장

화재현장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남들은 밖으로 대피하지만 오히려 화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 그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아이언맨이나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거나 미사일을 쏘며 악당들을 물리치진 않지만 위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우리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학생 기자단이 만난 사람들’ 그 세 번째 손님, 이천 소방서 하재호 안전지도 팀장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천 소방서 재난안전과 안전지도팀장 하재호입니다.

1990년 8월 공채로 성남 소방서에서 처음으로 소방의 일을 시작해 현재 이천 소방서에서의 근무까지 26년 동안 소방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매년 실시하는 소방 교육으로만 소방관을 접해봤을 학생들과 이렇게 직접 인터뷰를 하게 되니 떨리고 한편으로 설레기도 하네요.

 

-소방관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특별한 동기는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30대 초반,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사회의 큰 관심이 없던 시절 아는 후배의 권유로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사실 의식주 해결을 위해 일에 뛰어든 거죠. 그러나 마냥 힘들고 지쳤던 것도 잠시, 구급·화재현장·구조대 등 다양한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직접 구하게 되니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사명감이 생겼어요.

힘든 몸은 둘째고, 우선 보람이 느껴지니 기분이 매우 좋았죠. 무엇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국민들께서 저희를 믿어주시는 그 감사함에 부끄럽지 않은 소방관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천직으로 느껴지네요.

 

-많은 사건·사고 중 유독 가슴 아프고 기억에 남는 사건·사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사건과 사고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사건 하나하나 모두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아무래도 동료의 위험은 매순간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깊이 박혀있네요. 함께 일하던 동료의 순직은 아직도 떠올리기 힘듭니다.

화재 중 가장 위험한 건물 지하 층 화재 진압에 같이 투입되었던 동료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헤매고 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보조 호흡기를 이용해 질식사 직전이었던 동료를 구했었는데,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모르겠습니다.

이 외에도 40여명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던 참혹한 현장, 비일비재한 창고 화재 등 큰 사건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위험을 직접 느꼈던 경험도 많고요. 고속도로 옆 창고의 화재에 출동 후 생각보다 거센 불길에 화재 진압이 장시간으로 이어져 10m 뒤로 물러나 잠시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하던 도중, 방금까지 제가 서있었던 자리 위로 구조물이 무너진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아찔했다!’라는 말로 표현이 될까요.

 

-직업 특성상 가족들과 주위의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소방관이라는 단어 자체도 조금 위험해 보이지 않나요.(웃음) 실제로 집에서도 위험하다며 걱정을 많이 하곤 합니다. 구하는 일을 매일 하다 보니 매일이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죠. 모두가 빠져나와야 하는 곳을 소방관들은 들어가야 하는 숙명에 있습니다. 늘어가는 걱정에 나약해지고, 구조대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때면 현재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또한 인간인지라 큰 불 앞에 서게 되면 소극적이고 저절로 움츠러들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조대원은 타고난 무모함이 아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위험에 처한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들어가는 것이죠. ‘첫 번째로 들어가 마지막에 남는다’ 이 문구를 항상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을 매일 하고 계십니다. 듣기로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급·응급 치료 후 감사하다는 한 마디는 소방관의 쌓인 피로를 한 번에 풀어주는 비타민입니다. 간단한 치료에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네시는 분들을 만나면 그 날 하루 전체가 행복한 것 같습니다.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았던 분이 그 이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와 감사함을 표할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아, 그에 비해 물론 고맙다는 한 마디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구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 서운하거나 속상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 마디도 듣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생각해보니 고작 그 다섯 글자, 짧은 한 마디가 모든 소방대원들을 힘나게 하는 것 같네요.(웃음)

 

-학생들은 1년에 한 번 뿐인 소방교육으로만 소방관을 접하는데, 청소년들과 가까워질 방법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운동장에 전교생을 모아 소화기로 피워놓은 불을 끄는 소방교육 대신 조금 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학교 축제 기간을 이용하여 심폐소생술 부스나 소화기 사용 체험 부스 운영과 미래 소방관 체험 등을 추진하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근 유치원에서 연기를 이용한 실제 상황 대비 대피 훈련과 곧 열릴 제1회 심폐소생술 대회 등 많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 또한 생각 중에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소방에 관련된 홍보를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도 소방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소방서와 가까이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안전은 최우선이라 생각합니다. 평상시에 알아두면 좋은 기본 소방 상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선, 기본적으로 소화기 사용법은 누구나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볍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소화기 하나가 사소한 불이 큰 불로 이어지지 않도록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을 위해 심폐소생술을 숙지해두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죠.

마지막으로 ‘우리집 소화기 1개, 경보기 1개가 생명을 9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방관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많은 아이들이 희망 직업으로 소방관을 꿈꾸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남편 직업 순위에 오른 소방관이지만, 열정과 노력과 동시에 흘린 땀은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막연한 봉사정신과 TV 속 제복을 갖추고 있는 멋있는 겉모습을 이유로 하기 보다는 소방관 내면의 고충까지 견뎌낼 마음으로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방학이나 주말 등 여유로운 시간을 이용해 소방관을 꿈꾸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소방서 견학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경험을 직접 쌓으며 진지하게 꿈에 다가가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땀, 우리의 땀을 합한다면 끄지 못할 불은 없을 것 입니다.

 

-좋은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출동 때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하는 후회로 늘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국민들의 과분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지만 안전과 사고 예방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시민 안전 의식의 많은 발전을 향해 이천 소방서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저희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받고 있는 사랑 모두 여러분께 배로 돌려드리는 이천 소방서가 되겠습니다.

/학생기자단 성아현·박서진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