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아래 하이디스)의 정리해고가 법적으로도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지회장 이상목, 아래 지회)는 회사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없고 회사의 해고회피노력이 부족했으며 회사가 정리해고 과정에서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17일 접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정리해고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하이디스는 이잉크가 인수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당기순손실액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845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경영여건이 호전됐다.

특히 흑자전환을 이끈 광시야각(FFS) 특허기술료 매출은 이미 체결된 계약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확정된 금액만 무려 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흑자폭이 크게 늘 것이 확실한 상황임에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생산 부문은 손실이 지속되고 있어 공장폐쇄와 정리해고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기업 내 적자 사업부문 유지가 기업 전체 경영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흑자 기업 정리해고의 객관적 합리성을 인정하는 대법판례도 있는 상황. 하지만 하이디스지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대리하고 있는 정명아 노무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생산부문 적자는 대주주 이잉크가 특허 기술료 수익에만 눈멀어 의도적으로 생산 투자를 기피했기 때문”이라며 “전체 수익의 극히 일부만 투자해도 생산부문 경영정상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즉 하이디스는 위 대법판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회는 이번 정리해고가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디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33조에는 “회사는 천재지면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일부 또는 전부를 정리하고자 할 때에는 그 사유를 늦어도 50일 전에 지회에 서면 통지하고 기타 사항은 7일 전에 통지하여 사전에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 측과 정리해고와 관련된 ‘사전 합의’를 한 바가 없다.

정 노무사는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더라도 단체협약에 ‘사전 합의’로 규정된 것을 ‘사전 협의’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대법 판례가 있다”며 “단협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정리해고는 명백히 무효”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회는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이 △단체협약이 정한 감원 대상 순서와 맞지 않고 △근로자 보다 기업 측면 배점이 많아 공평하지 않으며 △업무 대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부분 직원들을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불공정한 정리해고자 선정 기준에 따른 부당해고”라는 주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