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갈산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 자신보다 커다란 가방을 맨 어린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버스 정류장으로 모여든다.

아이들을 태우러오는 유치원차량이 이곳에서 정차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등교 준비에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엄마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도로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잡느라 정신이 없다. 잠시 후 노란색 승합차 한 대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유치원 교사한 명이 내려서 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례차례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 그 뒤로  또 다른 유치원차와 음악학원, 태권도학원차 등이 시간별로 정차해 아이들을 태워갔다. 하지만 아이들이 차량에 올라타기를 기다리는 운전자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정차했다가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량이 없으면 주저 없이 추월을 했다.

창전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은 보장 되지 않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 등교를 하는 학생들 사이로 출근을 하려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고 이사이를 어린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었다. 

지난 6일부터 일주일간 이천 관내 초등학교부근 어린이 보호구역과 유치원이나 학원 통학차량들을 관찰한 결과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서행하거나 정차하는 차량은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자신의 아이들을 등교시킨 부모들의 차량마저도 안전 규칙을 어기고 있었고 어린이집이나 학원 차량 등에 아이들이 타고 내릴 때 정차를 하는 차량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통학차량과 관련된 특별 보호 조항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가 달릴 때는 어떤 차도 추월할 수 없게 되어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정차 때는 같은 차선과 옆 차선 차량은 물론 중앙선이 없는 도로일 경우 반대편 차량도 일단 멈춘 뒤 서행해야 하지만 운전자는 물론 통학차량 운전자도 이같은 규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동안 어린이 보호구역을 관찰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속방지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속도 없이 그대로 통학버스를 추월하는 차량도 있었고 아이들이 등하교 시간에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규정을 지키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원차량을 추월해 신호대기중인 한 운전자는 "바쁜 출근길에 잠시라도 정차 하면 뒤에 서있는 차들의 경적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며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위해선 어쩔 수없이 추월을 해야 한다고 했고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 시키면서 어린이 보호구역내 안전 속도를 지키지 않은 한 학부모도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적발 시 벌점과 범칙금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자신의 바쁜 일정만 생각할 뿐 아이들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은 법의 테두리 속에서 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